경사를 보여주는 부동산 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사실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볼 때마다 딱 하나가 답답했다.
부동산 앱 중에 경사를 아예 안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다. 그 와중에 호갱노노는 '경사도 지도'를 넣어뒀다. 이것만으로도 사실 박수받을 일이다. 나도 임장 다닐 때 잘 써왔다.
그런데 이 화면을 켤 때마다 매번 같은 벽에 부딪혔다. "그래서… 역에서 우리집까지 실제로 얼마나 오르막이라는 거지?"
지도 위에 네모칸(격자)이 깔리고, 칸마다 색과 화살표가 찍힌다. 색은 노랑(낮음)에서 초록·파랑·보라(높음)로 가는 무지개, 화살표는 경사가 어느 방향으로 기울었는지를 가리킨다. 정보는 분명 충실하다.
문제는 이 정보가 "내가 궁금한 질문"과 결이 다르다는 데 있다.
경사도 지도는 100m쯤 되는 네모칸 덩어리를 색칠한다. 그래서 "이 동네가 대체로 가파른 편"까지는 안다. 하지만 내가 걸을 바로 그 골목길이 오르막인지, 옆 골목으로 돌아가면 평평한지는 칸 안에 뭉개져서 안 보인다. 임장에서 중요한 건 '동네 분위기'가 아니라 역에서 현관까지의 그 길인데 말이다.
무지개 색은 "어느 쪽이 더 심한 거지?"가 직관적이지 않다. 실제로 화면 아래엔 "범례를 터치하여 확인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화살표 방향까지 같이 해석하려면 잠깐 멈춰서 머리를 굴려야 한다. 지도는 보자마자 알아야 하는데.
가장 큰 것. 경사도 지도는 정지된 히트맵이라, 두 지점을 찍어 "이 길로 가면 총 몇 m 오르막"을 알려주지 못한다. 결국 칸들을 눈으로 훑으며 내가 머릿속으로 합산해야 한다. 그게 잘 안 되니까, 다들 결국 로드뷰를 켜서 골목을 하나하나 넘겨보게 된다.
정리하면 — 호갱노노 경사도는 "이 지역의 경사 분위기"를 보여준다. 내가 필요했던 건 "이 길의 실제 오르막량"이었다. 질문이 달랐다.
같은 남산 일대를 경사로 지도로 보면 이렇다. 칸이 아니라 길 자체를 고도에 따라 초록→갈색으로 칠한다. 남산으로 오를수록 길이 갈색으로 물든다.
여기에 더해 출발·도착을 찍으면 그 길의 옆모습(단면)까지 나온다.
여기서는 궁금했던 것에 바로 답이 나온다.
호갱노노를 깎아내리려는 게 아니다. 넓은 지역의 경사 분위기를 빠르게 훑는 데는 격자 히트맵이 오히려 편하다. 다만 "이 매물, 역에서 걸어보면 얼마나 힘들까"라는 구체적인 질문엔 다른 도구가 필요했을 뿐이다.
| 호갱노노 경사도 | 경사로 지도 | |
|---|---|---|
| 단위 | 네모칸(격자) | 길(도로) 자체 |
| 넓은 지역 훑기 | 빠름 | 보통 |
| 역→집 총 오르막 | 직접 눈대중 | 자동 계산 ("몇 층 높이") |
| 경로 선택 | 없음 | 최단·편한 두 경로 |
| 힘든 정도 | % 색상 | 사람 기준 문장 |
님 동네도 한번 검색해보세요. 역에서 집까지 몇 % 나오는지 보면 은근 놀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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